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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방

이 곳은 행사 참여후기, 감사표시 등 주민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올릴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Am 8:37
친구의 번호가 울렸다. 출근하기 전에 주고 싶은 게 있다면서, 잠깐 들른다 했다.

“별처럼, 가끔씩 볼 때도 우린 참 괜찮다라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렇게 서로의 안녕을 궁금해 하고 잘 지내길 바래주며 지내요.
여태껏 그랬 듯.
그리고 다시 만날 때는 한없이 기뻐하고 그렇게.
잘 지내시오.

그대가 그리울 꺼예요.”
그녀가 건넨 작은 카드안에는 숭덩숭덩 저런 글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1. 거리
내가 무지개를 통해 배운 게 있다면 바로 이런 거였어요.
사람과 사람사이의 거리.

밀접한 거리 안에서의 사람만을 믿고 의지하며 지내던 제게, 사람과의 관계에 따라 그 거리감을 가늠하게 하며
그것을 어떻게 유지하고 지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었던 곳.

정말 다양한 연령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기에, 내가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잘 몰랐던 그 때,
저는 녹진한 사람들, 헝거운 사람들, 촘촘한 사람들, 바람이 스윽 지나갈 수 있는 거리의 사람들.
다채로운 간격을 배우며 또 한 생을 살았습니다.

#2. 외로움
이제 15살이 되는 첫 아이 이안이를 공동육아 어린이집 보내겠다고 서울서 이사온 제게 과천은
지인하나 없는 외로운 삶의 시작이었습니다.

일년의 반을 해외출장의 업무를 가진 남편에게 기대지 않고
두 아들을 키우며 한 시간에 한 대 다니던 버스를 타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며 지냈던 그 시절.
이제 친밀한 관계가 된 지인들은 제가 온 몸으로 지녔던 외로움 때문에 너를 골랐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지금의 그 친구들을 얻게 된 건 진짜, 그때의 절절한 외로움 덕분이었습니다.
외로움도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3. 뭐든
진짜 이렇게 말랑하고 수용적인 사람들이 있을까 싶게,
응집되고 푹신한 사람들이 주변에 상시 포진하고 있으니,

저는 그 기분에 기대, 줄 하나 튕길 줄 몰랐으면서 우쿨을 시작해 밴드를 만들고
나만 혼자 읽던 기분을 덜고 다양한 사람들의 취향과 지평을 훔치며 독서 동아리를 해보고
첼로의 그 저음이 세상 무슨 소리보다 좋아 시작해서는 앞 서 배운 꼬맹이 선배들과 합주를 해보고
무지개가 무너질 수 있겠다는 두려움에 맞서며 시작한 사람인터뷰를 하며 글을 써보고
새벽 4시에 기상해 꽃시장에서 꽃을 떼다 팔며 팔자에 짐작도 못 했던 꽃장사도 해보고
없는 솜씨로 무수한 사람들에게 정말 무수한 맛을 맛보게 하며 식탁을 차리고
정식으로 배운 적 없던 글씨로 숱하게 선물을 하며

무지개에 그저 젖어 살았습니다.

#4. 이별
이제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한국에서의 날들이 남았습니다.

저희 부부는 아이들이 김누리 교수님 말씀하신 독일에서 대학을 다니며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루마니아에서의 삶을 선택했고 그 길의 끝까지 가는 동안
무척이나 고되고, 한참이나 외롭고, 퍽이나 쓸쓸하게 지내게 될 수도 있지만
그 땅이 어디든, 저는 무지개서 배운 거리와 외로움과 뭐든의 힘으로 다시 잘 지내보려고 합니다.

저는 온 마음으로 사람을 대한다고 대했지만
아직 부족하고 모난 성정으로 모자라고 서운했을 수 있는 많은 순간들을 사과 드립니다.
그리고 무지개 주민 모두의 날마다의 안녕과 평안을 멀리서 기도하겠습니다.
흥 많고 늘 넘실대던 저를 타박하지 않고 내내 품어주신 모든 마을분들께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루마니아가서, 블로그 글 대박나서 책 내고
멋진 곳에 위치한 집을 사서 게스트하우스를 하려는 꿈을 안고 떠납니다.
정말 오겠다고 한 무수한 분들
꼭, 오는지 보겠어라는 마음으로 즐겁고 반갑게 기다리겠습니다.

정말,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 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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