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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IDEC에서 만난 카타리나와 라냐의 이야기

[ 카타리나 강의 ] 전쟁상황에서 민주교육

 

나의 삶의 경험과 우리 학교 학생이기도 한 11살 라나(카타리나의 딸)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 한두 달 내에 전쟁이 시작 될거야 했지만 믿지 않았다.

전쟁을 대비해서 여권 물 등을 준비했지만 심각한 마음은 아니었다. 러시아 국경 근처에서 캠프를 하기로 했었고 전쟁이 안 일어날 거라고 믿고 있어서 캠프에 갈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남편이 만약에 전쟁이 일어나서 아이들이 체포될 가능성이 1%라도 있으면 취소해야 하는 거 아냐? 했을 때 화가 났지만 어쨌든 대신 우리 집에서 캠프를 하기로 했다. 캠프 셋째 날 전쟁이 터졌고 10명의 아이들이 우리 집에 있었다.

아이들에게 우크라이나는 강한 나라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 순간이 첫 번째 폭탄이 터졌고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집이 흔들렸다.

여전히 로켓이 몇 천킬로미터를 날아온다는 것, 폭격을 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아이들도 저도 두려웠지만 아이들 앞에서 두려운 척할 수 없었다.

아이들이 놀라서 소리를 지를 것 같았지만 그것보다 배가 아프거나 머리가 아프거나 코피를 쏟는 등의 몸의 증상으로 나타났다.

전쟁 중에 남의 아이들을 맡아서 안전하지 못한 공간에 있다는 것이 엄청난 부담이었다.

 

전쟁이 오래되면서 많은 걸 깨닫게 되었다. 도시보다 외곾 지역이 안전하다는 거.

로켓 1알이 50만 달러. 그런데 하루에 몇 백개가 떨어졌다.

우리 집은 외곾에 있었고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폭탄이 떨어질 지역은 다행히 아니었다.

지금은 제 친구의 아들까지 세 명의 아이들이 지내고 있다. 우리 집은 방공호가 따로 없다. 전쟁 첫 주에는 학교가 없어지겠구나 생각했고 아이들은 서로의 전화 번호를 교환하면서 다시는 못 만나겠구나 짐작한 것 같다.

푸틴은 3일이면 우크라이나를 정복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그것은 오판이었다. 전쟁이 계속되면서 학교에서 스쿨 미팅이 계속되면서 아이와 부모들이 함께 왔다.

 

첫주가 가장 힘든 주간이었다. 키예프는 반 정도 함락되었고 모든 물류가 제한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약품이 없다는 것. 도시의 가장 큰 병원은 환자들로 넘쳐났고 모든 약국이 동이 났다. 모든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옆나라에 가서 약품을 구해 돌아오는 일이 계속 됬다.

첫날 아이덱공동체에 도움을 요청했고 내 통장에 지원금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옆 나라인 몰도바의 약국에 들어가서 여기 있는 약 다주세요~ 5000유로가 있어요~ 다행히 의사의 처방전 없이 많은 약을 살 수 있었고 국경수비대가 이 약을 가져갈 수 없다고 네가 들고 갈수 있는 만큼만 들고 가라고 해서 약상자를 다 까서 약들만 커다란 배낭에 넣고 양손 가방에 담아 돌아올 수 있었다. 친구가 나를 마중 나왔었는데 너무 반가웠다.

이렇게 세 번 약을 실어 날랐고 한번은 자동차에 넣을 기름을 구해오기도 했다.

몰도바에 가 있는 동안 피난민이 들러갈 수 있도록 집 문을 열어놓았는데 돌아와 보니 집이 쑥대밭이 되어 있었고 하루 종일 청소를 했다.

 

라냐 : 점토로 만든 작은 인형의 집들이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엄마가 청소를 다 하고 나서 인형의 집을 함께 다시 만들어 주었다.

 

카타리나 : 다른 시급한 일도 많았지만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았다. 전쟁을 치르면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 기준이 바뀌는 것 같다. 전쟁 중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을 돕는 것이었다. 우리 학교도 피난소로 쓰이게 되었고 다른 곳에서 일하다가 매주 금요일에 만났다.

만약 전쟁 전에, 아이들이 이렇게 공부도 안하고 돌아다니면 괜찬아? 라고 물으면 아니 안되지 라고 했을 것 같다.

전쟁이 일어나고 나니까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우리에게 질문 되어졌다.

친구들이나 친척, 모르는 사람들도 우리 집에 머무르는데 그들에게 얼마나 있을거야라고 묻지 않는다. 최대한 도울 수 있는 만큼 도울 거야라는 마음이다.

전쟁 2년반 동안 우리집 가라오케가 엄청 쓰였다^^.

 

라냐 : 이전에 잘 모른던 사람들이 우리집에 와서 함께 지내며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는 것이 좋은 일이다.

 

카타리나 : 단순히 친구관계가 아니라 동지적 관계가 되는 것 같다. 같은 집에서 생활하고 울고 웃고 춤추는 이 모든 것이 우리의 관계를 끈끈하게 만들고 있다.

굉장한 사고의 전환이 온 것은 언제 죽을지 모르니 하고 싶은 것은 지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야길 나누다 보니 우리 중에 누구도 결혼식을 제대로 한 사람이 없어서 그럼 지금 하지 뭐하고 6가족이 모여 3유로짜리 중고 웨딩드레스를 사서 레고를 꽂은 케잌에 음악학교에서 일하는 마술가를 초대해서 멋진 결혼식을 했다.

전쟁이 아니었으면 하지 않았을 일들... 일상적으로 살았다면 언젠가는 하겠지하고 미뤄뒀던 일들을 우리는 중요하게 여기며 지금 바로 했다.

 

사람이 죽는데 대안교육이 무슨 의미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22년에 영국 써머힐에서 아이덱이 열렸었다. 굉장히 좋은 행사였고 곳곳에서 교육 토론이 이루어지는 그 가운데 서서 망연자실했었다.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여기서 교육 토론을 하고 있는게 맞나...하는 생각...

혼자 우두커니 서 있는데 어떤 인도분이 오셔서 나의 팔을 쓰다듬어 주었고 눈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그때부터 엄청난 생각들이 들기 시작했고 그 이야기를 하고 싶다.

 

민주교육이 세계에 줄 수 있는 건 무엇인까?

 

라냐 : 민주교육이 뭔가를 세계에 주기보다는 세계에 있는 아이들이 덜 행복하게 산다면 그것이 문제이다.

 

우리가 민주교육이라고 하면 아이들의 목소리가 어른들만큼 평등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학교에서는 교사가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이렇게 해라라고 한다. 러시아 사회가 그렇다.

만약에 러시아 사람들이 권력에 대해 질문하고, 문제 제기하도록 자라 왔다면 전쟁은 없지 않았을까.

민주교육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자유이다.

우리에게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가 생활로써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자유를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2년 반 동안 러시아의 침공을 막아낼 수 있었을까.

두 번째로 민주교육은 아나키가 아니라는 점이다. 누군가의 자유는 다른 사람의 자유앞에서는 멈춰야 한다는 것을 우리 학교에서는 가르친다.

세 번째 민주교육은 비판적인 사고를 준다. 러시아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도 마찬가지인데 선전선동이 일상적으로, 놀라울정도로 들어온다. 북한의 경우도 마찬가지겠다.

그래서 만약 우리가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다면 그런 선전선동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난 민주교육의 필요성을 전쟁을 통해서 역설적으로 느끼고 있다.

사람들이 민주교육을 한다고 하면 보통 무엇이라고 하나? 아이들을 방임한다, 제대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등등

사실 전쟁을 겪으면서 러시아가 훌륭한 교육체제를 가지고 있고 잘 교육받은 사람들이 많다. 나도 모스코바에서 대학을 나왔는데 같이 다녔던 100명 중에 3명만 러시아에 남아있다. 그 3명은 러시아정부의 하수인이다.

그 사람들이 최고로 교육을 받았다고 할수 있나, 세상에 잘 써먹고 있나, 잘 훈육되었나?

그들은 사람을 죽이고 있다. 우리가 좋은 교육을 이용한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아주 잘 훈련된 공과대학 졸업생들이 무기를 만들고 있고 그로 인해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이런 교육이 끔찍하지 않나요?

그런 의미에서 전통적인 교육이 실패했다고 말하고 싶다.

최고의 대학에 가서 의미있는 것을 하기위해 부모들은 보내지만 지금 러시아 대학에서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기 위한 무기를 만들고 있다.

 

우리의 민주교육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나의 학교는 이제 정상적인 학교 일정으로 돌아와서 4일 교육활동을 하고 있다.

 

라냐 - 처음에는 벙커에 들어가는 걸 힘들어했는데 이제는 재미로 느껴서 공습경보가 울리면 신나서 들어가기도 한다.

 

벙커를 춤추는 공간으로 만들기도 하고 벙커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

큰 문제는 전기공급. 2년 반 동안 길게 전쟁이 되면서 기간산업이 문제가 되고 있다.

대체에너지원을 계속 개발하면서 살아남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태양광을 어떻게 설치할지 전문가와 접촉하면서 사람이 이렇게 평생배워야 하는구나 느낀다. 푸틴이 태양을 멈추게 하진 못할테니까.

그래서 긍정성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침마다 무엇이 문제다라는 뉴스를 듣지만 사람들과 방법을 찾아가며 우리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만들어가고 있다. 이것은 이전의 전통교육이 해내지 못한 것들이다.

 

더 많은 에피소드가 더 있지만 이제 멈추고 질문을 받고 싶다.

 

질문) 러시아를 혐오하는지, 교육자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러시아에 대해 무엇을 말할 건지

 

나의 남편은 러시아 사람이다. 내 남편은 우리와 함께 지내고 있다. 러시아 티비에서는 우크라이나 말 쓰면 죽여라고 방송된다. 러시아에서 13년 살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아주 증오하는 사람들도 있다. 예전엔 미움은 나쁜 감정이야 아이들에게 미움을 가르치면 안되라고 했지만 이젠 다르다. 우리가 감정 다음에 사고해야겠지만 감정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제가 병원에 갔다가 러시아군에게 강간당하고 살해당한 아이들을 봤다. 평생 그들을 미워할 것이다. 그 미움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럴만한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러시아 사람이나 러시아 전체를 미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러시아 사람들은 다 미워 라는 사람들에게 그럼 안되라고 나는 하지 않을 거다. 그가 어떤 경험을 가졌는지 모르니까.

내 어릴 적 집이 다 폭격 되어 날라 갔다. 난 화가 정말 많이 났다. 내 부모님은 다행히 화를 피하셨고 그런 의미에서 러시아군이 나에게 얻어간 것은 없다.

 

질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이렇게 길어질줄 몰랐는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맞설 수 있는 힘은 어디에, 젤렌스키에 대한 당신의 평가

 

한 번도 자기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과 약속을 맺는 게 무슨 의미인가.

1990년에 소비에트연방이 붕괴할 당시 우크라이나에 있던 핵무기를 반환하면서 러시아의 우방으로 안전을 보장한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러시아와 평화 협정을 맺는 것은 의미가 없다. 푸틴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가지려는 사람이다.

그냥 러시아에게 점령된 땅 줘버리고 평화 협정맺으면 안되? 라고 할수 있지만 일시적일뿐이다. 이미 전쟁 이전에도 러시아는 아름다운 땅을 가져갔다. 그래서 전쟁이 안 일어났나?

러시아 내부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을 문제다.

러시아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은 사람으로서 러시아의 사람들이 무언가를 변화시켜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거기에 미국의 역할이 있다. 우크라이나를 장기판의 말처럼 이용하고 있는. 중국도 마찬가지. 미국은 전쟁이 끝나지 않는 것이 이익일 것이다. 러시아의 고립은 미국이 원하는 바이고.

우리가 바보는 아니기 때문에 미국이 버틸 수 있을 만큼만 무기를 주고 러시아를 밀어낼 수 있을 만큼 지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지금 평화협정을 맺어도 1~2년에 전쟁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완전히 점령당하면 나 역시도 잡혀가서 고문 등을 당하는 순위에 올라갈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최대한 국경 밖으로 러시아를 밀어내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비무장지대를 선점하고 스스로 힘을 기르는 것이 최선이다.

현실적으로는 지금의 상태에서 휴전협정이 맺어지고 언제 다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긴장상태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하지만 푸틴은 이것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먹고 그 다음은 폴란드. 그래서 폴란드 사람들은 왜 너희는 전쟁을 멈추지 않아? 라고 아무도 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는 전세계 사람들에게 러시아와 푸틴의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

푸틴이 빨리 권좌에서 내려오고 러시아가 자국민들의 행복을 위해 힘쓰길 바란다. 그래야 우크라이나도 행복해진다.

 

질문) 지금 당신은 어떤 교육활동을 하고 있나?

 

우리학교는 우크라이나의 첫 민주학교이다. 전국의 학교가 파괴 되어있는 와중이어서 우리 학교와 교육부가 협력 프로그램들을 해나가려 하고 있다. 전선 가까이에 있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배우고 싶냐했더니 정보, 수학, 영어, 한국어 수업하고 싶다고... 케이컬쳐가 전쟁 와중에도 관심이 높다.^^

지금은 아이들에게 교육 전반을 다 줄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비자발적으로 홈스쿨링을 하기도 하고, 새로운 학교을 세워야 해서 오히려 민주학교들이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전쟁이 일어나면서 빈부격차가 더 심해져 부자들이 아이들을 보내는 고급학교는 더 잘되고 있기도...

전쟁 전에 있었던 300 여개의 민주학교들을 재건하고 공립민주학교들을 정부와 함께 만들어가려고 하고 있다. 이제 돌아가면 400명이 참여하는 우크라이나 민주교육축제를 열거다.

여기서 얻어가는 것들이 도움이 될 것이다.

오히려 이것이 기회가 되어 기존의 교육이 무너지고 재건하는 과정에서 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라냐 : 게임을 할 때도 어려운 단계를 먼저 하면 더 쉬워질 수 있는 것처럼^^

 

질문) 성미산학교 학생인데 온라인으로 한국어 수업 같이 해도 좋겠다.(미얀마와 그렇게 하고 있다.) 우리도 분단국가이기 때문에 갖는 무력감이 있는데 평화에대한 열정과 희망을 더 키울수 있는 방법은?

 

줌으로 같이하는 한국어 수업 제안 감사하다.

악은 점점 작은 것에서부터 우리 삶을 갉아먹는 것처럼 반대로 평화도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고 쌓일 때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라냐 우리에게 이런 자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우리를 알릴 수 있어서 감사하다.

 

*** 강좌가 끝나고 기념사진을 찍기 전 하태욱 선생님의 제안으로 아이덱참여할 때 냈던 통역송수신기 보증반환금(개인 당 만오천원 정도)을 개인이 돌려받지 않고 모아서 카타리나의 학교에 기부하기로 하였다. 카타리나는 태양광발전기를 만드는 데 기부금을 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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